“시작도 못 해보고 해산한 사회연대신협, 다시 추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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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전)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단체신협 실무단장 인터뷰
사회연대신협 추진→해산 과정 상세히 담은 백서 발간
“충분한 공감대 형성으로 내부에서 조직화 미흡했던 점 아쉬워”
“한 번 실패 경험 토대로 잘 준비해서 다시 추진할 생각”
“사회연대신협이 다시 추진되어야 하고 이번엔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심 있는 조직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중입니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사회연대신용협동조합(이하 사회연대신협)이 아쉽게 해산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잘 준비해보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사회연대신협은 사회적경제기업 및 종사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사회적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2020년부터 추진됐다. 170여명의 조합원이 3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모았다. 2021년 광주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는 창립총회도 열렸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못했고, 지난해 8월 ‘(가)사회연대신용협동조합 해산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어 그동안의 여정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흐지부지 끝나는건 아쉬웠다. 올해 2월 사회연대신협 이사회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사회연대신협 769일간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450페이지 분량의 사회연대신협 백서를 발간했다.
<소셜임팩트뉴스>는 지난 9일 성동안심상가에 소재한 한국사회혁신금융에서 이상진 대표를 만나 사회연대신협이 해산한 이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이상진 대표는 연대회의 단체신협 실무단장으로 사회연대신협 추진의 선봉에서 달렸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촬영=박미리 기자
“저는 정말 될 줄 알았어요”
이상진 대표는 사회연대신협 설립이 정말 가능할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백서에 더욱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나중에 누군가가 다시 추진하게 되면, 그동안의 경험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체신협인 사회연대신협을 만들려면 공동 유대가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추진 당시 법적 자문을 받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례와 판단 근거를 가지고 가능성을 내다봤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사회연대신협을 추진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사단법인이고 대부분의 회원이 연합회(조직)인데, 그 연합회에 속한 수 많은 기업들을 포괄할 수 있는지였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사회적경제에 특화된 진정한 의미의 은행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협중앙회와 금융당국은 ‘(연대회의라는) 전국단위를 공동 유대로 하는 단체신협은 인가가 어렵다’고 결정했다. 전국단위의 단체신협을 인가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제안하라”는 의견도 전달받았다. 그동안 설립을 주도해왔던 연대회의는 고민과 논의를 거듭했고, 연대회의가 직접 주도하는 방식을 멈추고, 서울에서 설립을 추진할 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결정됐다.
자금 운용의 한계 극복하려고 추진된 사회연대신협
대부분의 사회적경제기업은 공적 자금에 의지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스템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공적자금 의존을 넘어 자조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금을 충당하기 수월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대표는 ”사회적경제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도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면 금융권의 좋은 고객이 될 수 있는데, 기업이 영세하다보니 대손충당금이 쌓여 대출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사회적 금융 일을 하면서 대출을 많이 집행해본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실 손실율이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넓게 보면 사회연대신협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태계가 확장되게끔 연결하는 것이다.
”만약 인가가 났다면요?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사회연대신협 계좌를 사용했겠죠. 그러면 예금이 많이 늘어날거고, 기업에서 대출을 할 때 조금 더 수월해졌을 거고요“
한번 실패하긴 했지만, 이상진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사회연대신협 설립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경험을 교훈 삼아 전략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우선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은행’이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나아가 좀더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설립 동의자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또한 비영리법인에서 소액대출이나 보험 등의 일도 직접 하면서 느끼게 해야 실질적으로 사회적 은행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설립에 공감할 수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연관성 있는 단체들이 회원사들과 단체신협을 만들고, 이들 조직이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연합회를 만드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각 영역에서 조합원들이 하나의 아젠다를 중심으로 모여 사단법인을 만들고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단체신협을 만든다. 그리고 각 영역에서 설립된 단체신협은 연대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나, 사회서비스, 생협 등 각 영역에서 특화된 신협이 생기고, 이들이 연합하면 그게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 은행이거든요. 어쨌거나 우리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설명을 듣다가 ”그게 될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상적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양극화 등 여러 사회문제가 많은데 이것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공공이 아젠다를 제시하고 국책은행을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한계가 있어요. 민간에서 ‘내가 필요해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특히 이상진 대표는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도전이 결국 변화하게 만든다는 말을 더했다. 그는 ”은행 인허가는 매년 정기적으로 몇 건씩 하는게 아니라 시대적인 흐름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우리가 사회적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대적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인허가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번 실패했다고 안 될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꾸준히 하다보면 기회는 충분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에너지를 축적해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회적인 수요가 늘었을 때, 기회가 옵니다. 가장 중요한건 누군가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www.socialimpactnews.net)